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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작성일 : 09-06-25 10:28    



최근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와 ICBM 발사움직임 등 한반도 안보정세가 어느 때보다 요동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 6월 16일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지난 부시 미 대통령 재임기간에 약속했던 한.미 전략공동비전을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 정상간의 확고한 자세를 밝히는 데 주목적을 두었다. 그밖에도 한.미 FTA와 2012년 전작권 전환문제, 아프간에서의 국제협력 방안 등에 관해서도 논의되었다.

 

 "21세기 벽두에 나오는 한미동맹 비전이라면 당연히 소프트파워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는 과거회기적이라는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의 지적대로, 당면한 북핵 위협에 대해 공동대처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 결과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력을 명문화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완전하고 되돌이킬 수 없도록  폐기해야 한다는 데 집중한 측면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소프트파워를 기초로 하드파워를 결합하는 스마트파워를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동맹 공동비전에서 보여준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한 해법은 하드파워에 의한 해결에 치중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반도정책 책임자인 동아태 차관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커트 컴멜 동아태 차관보가 본격적으로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추진할 경우 이러한 공동비전이 껍데기만 남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문제점도 예상된다.

 

 국내 전문가 중에 이번 한미동맹 공동비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명시한 점에 최대성과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국주도의 흡수통일의 가능성을 열어놓아 북핵문젱의 해결을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중국의 협조를 얻는 데  한계로 작용할 소지를 남겨놓았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를 포함하는 '5자협의'를 제안한 상태에서(북한은 물론)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담은 것은 향후 부담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의 '5자간 협의'를 설득하러 간 위성락 본부장의 방중 때 드러난 중국정부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면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정부로서도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6자회담 주도국으로서 지위도 잃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나 러시아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끝까지 강경태도를 굽히지 않고 군사적 모험주의를 계속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5자간 협의에 참가하게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궁금하다. 현재 미국내의 논의로 볼 때 커트 켐벨 차관보가 정식으로 취임하여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게 되면 본격적으로 북.미 직접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북한에 억류된 미국국적 여기자들의 석방문제가 대화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8월말이나 9월 중에 본격적인 북.미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측이 요구해 온 고위급 직접대화는 어느 정도 대화분위기가 무르익어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데 반해, 남북대화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6.15공동선언의 존중 및 이행과 같은 남북한의 근본적인 문제 외에 북측에 억류된 현대아산 근로자 유씨 문제와 개성공단의 토지사용료 및 임금 인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쉽사리 남북관계의 개선을 점치기 어렵게 되어있다. 무엇보다 북측이 그 동안의 불만을 군사행동으로 표출할 경우 북.미 관계의 진전과 무관하게 남북관계가 장기간 표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2012년의 정권승계를 위해 북한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리 정부 안에 팽배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북한이 영변원자로나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을 통해 핵분열 물질을 추가 생산하고 추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을 확보할 경우, 한반도 안보상황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예의주시 해야 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은근한 무시론을 벗어나 전략적 관리론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대북정책에도 근본적인 검토에 들어가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5월 25일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유엔안보리도 이에 맞서 6월 12일 전체회의에서 대북무기금수, 금융제재, 화물검색 조치 등 추가 제재를 담은 안보리 1874호를 채택했다. 그러자 북한외무성이 이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 봉쇄시 군사적 대응 등 3개 대응조치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처럼 북한에 의해 촉발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이제 한반도를 넘어 국제적인 이슈로까지 비화되었다. 공언한 대로 행동해 온 북한의 패턴으로 볼 때, 앞으로 북한은 사용후연료봉의 재처리 작업에 들어가 추가로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새롭게 우라늄농축작업에 들어가며 동창리에서든 무수단리에서든 추가로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우리가 우려할 사항은 북한군 참모부의 전면대결태세 선언에 따른 서해해상 NLL 부근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핵무기국가의 지위를 노린 보유용인지, 아니면 경제보상과 안전보장을 노린 협상용인지 하는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핵무기 없이도 경제회생과 체제안전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고, 아무리 경제보상과 안전보장을  약속한다고 해도 체제불안을 벗어나지 못하면 핵무기 국가의 지위를 얻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금년 들어 북한이 보여주는 과거의 행태와 사뭇 다는 점들이 있다. 2005년 4차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이래 북한은 한반도비핵화라는 공약을 거부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북한은 6자회담을 거부하고 공공연히 핵무기보유국의 지위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에 방북한 미국의 전직관료 및 북한전문가들에게 김계관 외무성 부장은 북한을 NPI밖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방북했던 미국측 인사들과 북한당국의 공식적인 언명들을 종합해 볼 때 북측의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북한의 목표는 2012년까지 '사실상(de facto)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기존의 '9.19공동성명'에서 밝힌 한반도비핵화 3단계를 4단계로  연장하고자 한다.

 

 이미 종료된 '2.13합의'가 제1단계, 마무리 단계에서 중단된 '10.3합의' 이행이 제2단계, 그리고 핵폐기 단계를 둘로 나누어 '핵시설의 해체 및 검증'이 제3단계, '핵무기의 포기'가 제4단계이다. 그런데 단지 비핵화의 단계가 세분화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5개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에 대한 북측의 요구수준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3단계인 '핵시설의 해체 및 검증'의 대가로 북한은 경수로 2기의 완성은 물론 완공 전까지 매년 중유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검증 실시의 대가로서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를 확인하기 위한 주한미군기지나 한국군 기지에 대한 핵사찰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남감한 것은 제4단계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대북 적대시정책의 종료,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거, 한미동맹의 종료를 요구한 것이다. '9.19공동성명'에서 북.미 관계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등이 핵무기 포기의 대가였던 것에 비하면 북측의 요구목록이 한층 까다로워 진 것이다. 결국 이것은 북한이 비핵화 3단계까지는 그럭저럭 이행하면서 핵비핵확산에는 협조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의미하는 비핵화에는 미국측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과도기적으로나마 '사실상'핵무기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자 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9. 6. 24  신 동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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